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봅시다. 대치동 강사로서 활동하려면 영어실력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할까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말하고 읽고 쓰는데 문제가 없어야 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지만, 본인의 영어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보다는 “전달 능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강사는 배우, 개그맨처럼 무대에서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매우 명료하고 흥미롭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강사 스스로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학생의 입에서 “아하~”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허공에 대고 무언가를 외치는 무의미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죠.
발음, 발성, 눈빛, 표정에 관한 이야기는 후에 다룰 예정이니 지금은 영어실력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봅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17년 넘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만, 전문적으로는 “수능, 내신 영어강사”라고 카테고리를 정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원하는 영역이 TOEFL, SAT 등 해외에서의 전문적인 학업 과정준비를 위한 시험을 가르치는 것이라면 해외에서 학사이상의 학위를 따신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분야에서는 한국식 영어교육의 틀을 가르칠 수도, 가르쳐서도 안 되는 것이죠.
이 책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은 ‘수능 혹은 학교 내신시험’에서 고득점을 맞기를 원하는, 좀 더 나아가 대학교에 들어가서 전공 원서를 읽는 데에 크게 무리가 없는 정도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대략 어휘는 12000~15000단 어정도 아시면 충분합니다. 시작하시는 분들은 중학교 어휘부터 고3 어휘까지 섭렵하는데 대략 1년 정도는 걸리실 거라고 추측합니다.
학창 시절에 영어공부를 잘하셨다고 할지라도 강사를 마음먹은 그 순간까지 꾸준하게 영어로 된 책이나 교재를 접해오지 않았다면 수능 등에 나오는 어휘들의 뜻을 알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강의를 위한 어휘바탕을 가지고 계시지는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고1 3~4등급 정도의 학생들에게 ‘locate’라는 어휘를 물어보면 대부분 ‘위치하다’라고 대답을 합니다.
‘그래? 그렇구나~“라고 맞장구를 쳐준 뒤에,
’그럼, 한라산이 제주도에 위치하고 있다 ‘를 영작해 보라고 합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Mt. Halla is located on JeJu. “라고 답하죠.
” ’locate‘가 ’ 위치하다 ‘라는 의미면, ’Mt. Halla locates on JeJu.‘ 가 맞는 표현 아니야? “
” 어... 그러네... 요.. 이상하네... “
비로소 아이들에게 ‘locate + O = O를 위치시키다’라고 알려주며, 부가적으로 ”위치를 파악하다 “라는 뜻도 간혹 쓰인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소위 ‘능동, 수동’ 개념과 함께 이런 식으로 혼동을 주는 devote 같은 어휘들도 함께 가르쳐줍니다.
거의 모든 주요 동사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이해와 예문, 그리고 동의어, 반의어, 파생어등에 대한 지식을 익히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듭니다.
(이를 좀 더 빠르게 익히는 좋은 방법에 대해서는 후에 언급하겠습니다.)
이 영역은 영자 신문을 술술 읽고 발음이 원어민 수준인 영어실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어휘의 쓰임과 뉘앙스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예를 들어, say, tell, talk, speak의 차이가 무엇인지, further와 farther의 쓰임은 어떻게 다른지 등등) 매우 명확하게 설명해주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해석에서 작자의 의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 논리적 능력이 오히려 필요합니다.
‘used to’와 같은 조동사가 쓰이면 과거의 규칙적인 습관을 표현하는 것이며, 현재는 그 동작, 상태가 없는 것이므로 주변 표현에서 불규칙적인 뉘앙스를 나타내는 표현과 함께 못 쓰입니다. 그러므로, 독해의 흐름상 ‘used to’가 쓰인 다음 문장에는 ‘그렇다면 현재는 어떤 상황인가”에 대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가르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준 높은 어휘의 의미를 많이 알고 있으면 물론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강사는 “수업준비”를 해야 하므로 모르는 단어가 어쩌다가 나와도 미리 대비하고 스스로 학습하면 됩니다. (그 정도 수준의 어휘는 아마 특목고반 내신이나 극상위권반에서 강의하실 때나 필요할 겁니다.)
고 3 모의고사나 EBS 수능교재에 나오는 정도의 어휘는 상기한 내용의 수준으로 정밀하게 알고 계셔야 아이들이 내신에서 학교 선생님들에게 맞설(?) 수 있습니다.
어휘실력에 대한 내용은 이쯤 하고 문법과 독해는 어느 정도 되어야 할까요?
문법은 정말 깊이 있게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문법 이론 각각에 대한 스스로의 설명 방식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정립해놓으셔야 할 겁니다.
학년별로, 수준별로 각 이론에 대한 첫 접근 방식도 모두 조금씩 달라야 합니다.
중1~ 고3까지의 내신을 모두 겪어보면, 중3 학생들까지는 문법 자체를 가르치면 되지만 고1부터는 문법의 틀에서 어휘를 정교하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를 알려주어야 하므로 ’ 독해‘와 ’ 문법‘이 결합된 어법의 영역이 됩니다.
수많은 수업준비, 자료제작, 문제풀이해설 그리고 지문을 분석하여 좋은 수준의 문법 및 어법에 관한 문제들을 생성해 낼 수 있는 수준까지는 중등부 강사부터 시작한다고 할 때, 대략 2~3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바탕으로 하여 각 지역별 학교의 문제를 분석하고 어떤 트렌드로 출제되는지를 파악하여 학생들에게 명확히 이해시킬 수 있는 강의력이 있어야겠죠.
그만큼 학습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고 실전 강의와 수업에서 부딪히고 연구하면서 체득하게 되는 내용입니다. 물론, 그 기본을 잘 배우고 정리하시면 시간은 절반정도로 줄어들 것입니다.
저에게는 초짜강사였던 이 사람을 고용해서 강사로서 훈련을 시키면서 일하게 해 주셨던 Mentor가 계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에 거의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새벽 3시까지 모의고사를 풀고 정리하고 수업준비하던 힘든 시절을 겪고 1년여 만에 중3 극상위권, 평범한 고3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해는 가르치기에 가장 어려운 분야 중에 하나입니다. 수많은 연구와 스킬, 전달방식에 대한 연구 등이 필요합니다.
문장의 문법, 어법적 분석과 함께 소위 “글 읽기”에 해당하는 영역의 고등부 강의에서는 글의 논리적 흐름, 어휘의 유기적 관계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고 이를 통하여 문제를 맞힐 수 있는 문해력, 논리성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 상당한 난제입니다.
조정식, 이명학 같은 1타 강사분들이 이러한 전달력에 있어서 너무나 훌륭하시기 때문에 그들의 연구와 노력에 감탄과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고등부 수능 지문의 영역은 일단 많은 경험과 수업준비, 시뮬레이션 강의 등을 통해서 자료제작 방식, 지문별 해설 방법 등을 습득하시게 될 겁니다.
이를 위한 기본적인 세팅은 역시 모의고사를 많이 풀면서 글을 분석적으로 연구하고 학생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 글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이고 효율적인가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고차원적인 영역이죠.
중등부 교재들에서는 정확한 해석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하면 되기에 큰 압박감은 없습니다만, 학교 시험지를 토대로 연구를 하는 것이 좋은 중등부 독해강사로서 필요로 하는 내용을 얻는 데에 바람직합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중등부 강의의 핵심은 아무래도 내신 고득점에 있고 내신 이외의 정규반 수업에서 어떤 수준의 수업을 하든 결국 1, 2학기 중간 기말고사대비를 위해서 학생들은 그 내용에 매진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과목별 고득점을 통한 자존감의 상승, 자기 확신을 얻는 등의 매우 중요한 심리적 성장이 일어나며 그런 성취감을 동기부여책으로 삼아서 고등부 준비를 서서히 해나가게 됩니다.
특히, 영어는 소위 “학교 선생님의 출제경향”을 예측하여 만반의 준비를 해주는 내신대비 과정을 준비하게 되므로 다방면으로 깊이 있게 어휘, 문법, 대화문, 본문, 본문 외지문 등을 강의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여력이 된다면 정규반에서 충분히 고급 어휘들과 수능모의고사 지문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글 읽기 실력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1~2가 수능에 나오는 지문을 해석해도 명확히 그 의미와 글의 흐름이 이해되지는 않을 겁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수준별로 어떠한 독해를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커리큘럼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어야 지루하지 않은 독해 수업을 끌고 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 중등부 수준의 어휘, 문법, 독해를 별도의 수업준비 없이도 난이도별로 술술 가르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되고 나면 고등부 모의고사를 활용하여 어법과 글 읽기에 관한 강의를 준비하셔야 합니다.
상당한 노력과 경험이 요구되는 만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1년 주기의 학교 시험들에 관한 내용들을 잘 기록 및 숙지하면서 여러 교재와 테스트지들을 섭렵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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