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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대치동 초등학생들의 슬기로운 학원생활-1편

반갑습니다. 저는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가진 16년 차 영어강사예요.

 

오늘은 2022년 11월 마지막 날,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네요.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작업 공간에도 크리스마스트리가 예쁘게 장식되었고 감미롭고 연말에 어울리는 음악들이 잔잔히 흘러갑니다.

 

중2 이상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있을 테고 고3 학생들은 서서히 희비가 교차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겠네요. 하지만, 우리 초등학생들은 다가오는 겨울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며 학기 중에 학교 다니랴, 학원다니랴 바빴던 시간에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할지 모릅니다.

 

수업시간에 물어보면 아이들은 볼멘소리로 "방학 때 더 바빠요"라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참 많은데, '좁은 땅에 인구는 많고 경쟁은 치열하니 어쩔 수 없다'라고 매번 말해주기에는 조금 안쓰러운 면이 있답니다.

 

저도 80~90년대 대치동 키즈인데요, 그땐 그래도 방학에는 신나게 놀기만 했던 기억인데 요즘 이곳 아이들은 학원이 하나의 social community로서 자리 잡았기 때문에 놀이터와 친목도모 그리고 학습장소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기도 하는 듯합니다.

 

 

 

대치동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이 되면 (빠르면 여름방학부터) 본격적으로 입시와 연관된 영어교육으로의 전환이 서서히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학원에서는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영역별 점수를 자세히 살펴보고 반 배치를 하게 되죠. 그리고 실제로 학생들과 만나 약 1~2주 정도만 수업을 해보면 거의 정확하게 학생들의 실력이 파악됩니다.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대치동 학원가의 레벨테스트는 꽤나 어렵기로 정평이 나있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시험지를 만들어 놓고 우리 학원 들어오기 쉽지 않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너무 점수 자체에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시험을 생각보다 꽤나 잘 보고 들어오는 학생들이 참 많다는 게 아이러니 한 사실인데 여기서 또 한 번의 반전은 1~2주간의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진짜 실력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됩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레벨 테스트 점수 중간급 이상의 학생들은 고득점이든 아니든 대동소이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멋모르고 그 지식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레벨테스트 자체가 기본 문제들은 어느 정도 깔아놓기 때문에 중간 점수 정도가 나오지 않으면 기본이 좀 많이 부족하다고 보면 되는 것이지만, 그 이상의 점수가 나왔다고 해서 기본이 완전히 탄탄하게 잡혀있지도 않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에요.

 

제대로 이해가 될 때까지 차근차근 배운 것이 아니고 동기가 잘 부여된 상태도 아니기 때문에 (대략 4학년부터 문법과 독해 수업들을 시작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그저 생각 없는 반복적 이론 습득과 문제풀이를 통해서 익숙해진 내용들을 마구잡이로 풀어내는 그런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도 워낙 뭔가 많이 집어넣어 놓다 보니 툭툭 건드려주고 잘 정리해주면 빠르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친구들이 생겨서 6학년 여름방학 시기부터는 아이들 간에 현격한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학생들의 비율이 타 지역보다 현저히 많고 누구나 당연한 듯 열심히 하는 분위기 덕에 과제를 안 해온다거나 테스트 통과를 못 하는 학생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 또한 이 지역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대치동 초등학교 학생들의 슬기로운 영어학원 생활에 대해서 한번 자세히 얘기해볼까요?

 

 

첫 번째 이야기 - 대치동 아이들은 무엇이 다른가?

 

저는 16년 넘게 학생들과 함께 한 수능/내신 영어강사 및 입시 전문가로서 현재는 초중등 영어학원 및 영어 유치원 개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지, 분당, 동탄, 오산, 목동, 그리고 대치동에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3 학생들까지 지금껏 어림잡아 3천 명 이상의 다양한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경험해왔습니다.   

   

이들 중 특히 대치동은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나라 교육열에 있어서 정점을 찍고 있고 그에 걸맞게 수많은 학교들과 학원들이 포진하여 저마다의 장점과 무기를 내세우며 ‘우리가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주겠다’라고 선언하고 있죠.

[이미지 발췌 : 헤럴드 경제]

이미 수많은 매체와 소스를 통해서 대치동이 어떤 곳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고, 막연한 동경심 혹은 알 수 없는 거부감 같은 것을 가지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위 '강남 8 학군'이라는 명성에 의한 강점을 등에 업고 서울에서 평균 집값이 매우 높은 지역 중에 하나이기도 하며 수많은 명문고와 1타 강사들로 유명한 대규모 학원들, 오로지 입소문으로만 수많은 학생들이 등록 대기 중인 중소규모 학원 강자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2022년 추산 대략 1200개에 가까운 학원들이 대치동에 몰려있다 보니 어떤 곳이 자신들의 니즈에 맞을지를 고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각종 맘 카페, 블로그 등에서 정보를 교환하고 아이들끼리도 서로 어디에 다니며 어떤 점이 좋은 지를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는데 이런 곳에 학원 또한 귀를 기울이면서 점점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열한 환경 속에서 학교 다니고 생활하며 공부하는 아이들은 무언가 달라도 다를 거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데요, 실제로는 어떠할까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민사고를 나와 미국 명문 코넬대학교를 조기 졸업하고 현재 자기 아버지가 계시는 유명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는 대치동 키즈 출신 제 조카 이야기를 해볼게요.

 

어렸을 때는 아빠가 의학 연구 때문에 자주 늦으면서도 숙제 내용을 같이 탐구해주고 얘기도 많이 나누며 무엇보다 항상 책을 많이 읽고 집중해서 새벽까지 연구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다고 해요.  하루는 그렇게 매일 새벽까지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아빠에게 질문을 하니까 우리 조카에게 이렇게 답해주었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하는 건 좀 힘든데
몰랐던 걸 알게 되면 너무 재미있어


그렇게 아빠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조카는 중2 때부터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자는 시간 줄여가며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제 공부 좀 그만하고, 자야지!"라는 말을 형수님이 거의 매일 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서 민사고를 2등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예요.

 

꼭 이런 이상적인 케이스가 아니라 하더라도, 대치동에는 소위 '전문직'인 학부모님들이 상당수 포진해있는 것이 사실이고 수업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는 부모님들의 대학 스펙이 대부분 쟁쟁합니다.

 

"아, 나는 좋은 대학 못 나왔는데 우리 아이는 어쩌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환경'의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등의 매체에 너무 익숙하고 웬만한 것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돈을 많이 벌어서 성공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알고 본인의 부모님들이 그 롤모델이 되는 경우도 흔합니다.

 

소위 '헤리티지'의 문제인데 우리 부모가 사는 모습을 보니 저렇게 살려면 나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 라는 약간은 단순한 사고의 정립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죠. 화려한 건물들, 좋은 음식과 옷, 편의시설 등 주변에서 보이는 대부분의 것들을 누리면서도 그것이 그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이곳의 아이들이 좀 더 빨리 깨닫고 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유학을 마치고 의대에 들어가며 만난 조카도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빠처럼 성공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다고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구나"가 아니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건가?"로 받아들였던 것이

중요하고 스스로 부여한 내적 동기가 된 셈이죠.

 

'Peer pressure'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초등 고학년에서 중고등학교 시기에는 그렇잖아도 압도적인 학습 환경을 가진 대치동 아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서로가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조금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따로 있습니다.

 

꼭 성공한 부모님이 되어야만, 주변에 학구열이 높아야만 아이들에게 내적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우선, 아이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말을 잘 들어주세요.  

 

아이가 목표로 하는 것에 어떤 식으로든 공부가 도움이 된다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부모님의 부모님 대부터의 경험적 유산임을 아이가 인지할 때 그 효과는 배가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주변 친구들을 잘 살펴 가려서 사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의 몸가짐, 마음가짐 무엇보다 사용하는 어휘, 말투 등도 정말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자녀를 잘 키우고 싶으시다면 본인의 교양 수준을 올리는 것은 당연히 고려하시고 노력하셔야 합니다. (off the topic이 되어버렸네요)

 

인위적으로 꾸며내는 행동이 아니라 습관화된 자연스러운 행동들이 지속적일 수 있고

이런 지속적인 긍정적 행위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는 점이 명백합니다.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해보면 억지로 책을 읽게 하고 늦게까지 공부하라고 다그침을 당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중간 이상의 실력을 가지고는 있으나 해가 갈수록 원동력을 잃고 그 이상의 발전이 더딥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어 가까이 두는 학생들은 공부의 본질이 책 읽기이므로 공부 자체도 부담을 크게 느끼지는 않는 듯하고 이런 좋은 습관의 형성은 부모님의 영향이 꽤나 큰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히 좋은 환경의 영향이 긍정적 학습 태도의 시작점을 될 수 있으나

 

지속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내재적인 동기의 부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돈이 많으면 좋겠다'는 피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돈이 많으면 혹은 성공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겠구나. 공부는 그 과정의 일부인 거구나'라는 내재적인 목표가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바로 이런 내재적 목표를 가진 아이들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실력을 키워나가게 되는 것이고 대치동 키즈들이 그런 조건에 속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 저의 의견입니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아이들에게 본질적으로 중요한 '내재적 동기'를 자연스럽게 가지도록 할 수 있다면 대치동이 아니어도 당연히 괜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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