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들의 면면에 대한 소고(小考)
신문 속보를 가득 메웠던 대전 초등학교 여학생에 관한 사건을 접하며 너무나 가슴이 먹먹하여 한참 홀로 분을 삭였습니다.
그 살인마는 연금 50%는 또 보존을 받는다 하니 저도 법학 석사자격이 있지만 정말 이럴 땐 법이 왜 있나 싶습니다.
그 정신병자의 신상과 처벌내용이 공개되고, 동시에 일을 당한 아이 아빠의 여러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논란도 사그라들 즈음에 문득 여러 생각이 들어 감정이 조금 정리되고 한참이 지난 이제야 글을 끄적이며 마음 또한 정리해 봅니다.
저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에 재학 중인 딸아이가 있다보니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는데 그 사건이 있고 얼마 후에 저희 동네에서 납치미수 사건으로 오해받은 해프닝이 두 차례나 있어 다음 날 경찰들이 등하교 시간에 쫙 깔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귀한 시대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법정 최고형으로 다스리면 안 되는 건가 하는 바람이 정말이지 간절하게 샘솟습니다.
앞서 사건에서는 가해자인 여교사가 조현병, 우울증 등을 앓고 있었고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나기 불과 나흘 전에 학교 교무실에서 집기를 집어던지고 난동을 부렸다고 하는데 교육청은 미온적으로 대처하였다고 하죠.
분노가 하늘끝까지 치솟고 피가 거꾸로 도는 느낌이 지나가고 우리는 소위 '대책'을 생각해야 합니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족분들과 그 주변의 심경을 위로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필자가 경험한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분들
처음 딸이 만났던 1학년 담임 선생님은 정말로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자상하고 이해심 많으며 아이들을 진정 사랑하는 게 느껴지는 진짜 스승님, 선생님이라고 느껴지는 분이셨습니다.
학교라는 사회에 속하게 된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우 관계를 최초로 형성하고 단체 생활속에서 지켜야 할 여러 가지 규칙들을 준수하는 것을 도와주고 교육시키는 데에 중점을 두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이들이 개성을 잃지 않고 한명 한 명 빛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다른 학생에게 피해를 주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단호하게 혼내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급우들 앞에서 창피하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들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제 딸처럼 1학년때부터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면 학교에 가는 길이 매일매일 즐거울 겁니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 들어간 딸아이의 유치원 친구들은 조금 이상한 담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 선생님의 반에서는 모두 군대식으로 무릎에 손을 얹고 바른 자세로 꼿꼿이 앉아 있어야 합니다. 복도에서 쉬는 시
간에 만난 반가운 동네 친구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거나 물만 마시고 바로 들어와야 합니다.
체육시간에 다른 반들은 선생님과 아이들이 미리 준비한 재미난 놀이 활동들을 신나게 하고 사진도 찍는 등 선생님의 적극적 참여가 돋보이는 반면, 이 선생님은 본인이 힘드니까 그런지 교실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체육시간에 주어진 절반정도만 밖에서 알아서 놀게 하다가 창문으로 얼굴만 내밀고 들어오라고 소리 지르면 학생들 모두 일찍 들어와야 하는 규칙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처음 학교라는 곳에 가는 1학년 아이들에게 이 무슨 일인지 기가 찼습니다.
북한을 찬양하는 민중가요를 함께 부르며 가사를 못 외우면 심하게 나무라기도 하는 건 흔하게 있는 일이고 쌍둥이였던 그 친구들은 둘 중 한명이 무언가 잘못을 하면 연대해서 함께 혼났다고 하네요.
선생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쓰레기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2. 학교 선생님은 스승인가, 공무원인가
학교에서도 위에 언급한 쓰레기 교사에 대한 내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피해 당사자인 아이 혹은 아이의 부모가 직접적으로 학교에 공식루트를 통해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는 문제를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별다른 제재 조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매일 함께 생활하며 1년을 같이 보내야 하는 담임 선생님에 대한 이의제기를 섣불리 할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의 자녀가 교실 내에서 미묘하고 알 수 없는 차별과 또 다른 종류의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담당 교사를 교체하거나 전학을 가는 것 등은 정말 너무나도 힘들거나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담당 장학사나 교감, 교장 선생님 등에게 정식으로 이러한 일을 알리고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그 교사가 눈치를 보는 대상이 확실히 생겨야 하며 익명성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인지한 즉시 이의제기를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학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인지가 되면 그 즉시 학폭 위원회가 소집이 되는데 이런 경우에 행정적인 절차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교사분들은 스승 이라기보다는 각종 근거, 서류, 진행 상황 및 결과보고 등을 해야 하는 공무원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스승의 차원에서 그들을 바라보면 조금은 섭섭하고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스승으로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올바른 인성을 가르치며 희생정신을 통해 전인 교육을 실천하는 분들은 정말 드물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교육 공무원의 신분으로서 최대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다른 부수적이고 불필요한 관심과 노력은 배제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인 요즘의 상황이라고 여겨집니다.
3. 교권의 추락과 학생 인권의 보호
스승이라는 옛 말이 사라져버린 건 참으로 오래된 일입니다. 학생들이 군대 간다며 인사하러 학원으로는 찾아와도 자기 담임 선생님한테는 안 찾아가는 모습을 2000년대 초반부터 목도하였으니까요.
유퀴즈에 중동고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인터뷰하러 나온 방송을 보았습니다. 정말 훌륭하신 분이셨지요.
그분도 방송에서 언급하신 것처럼, 요즘 아이들은 '수면보장권'이 있어서 수업시간에 대놓고 자도 꾸짖지를 못합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도 하고 버젓이 학원 교재 펴놓고 영어시간에 수학문제를 풀죠.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기이한 행태가 꽤나 일상적인 일입니다.
선생님이 스승이 아닌 교육 공무원이 되어버린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사랑의 매를 심하게 때리시던 우리네 선생님들의 그릇된 막강한 파워(?)가 사그라들긴 했어야겠으나 너무 심하게 축소되어 버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아이들은 성숙하기 전까지 옳고 그름에 대하여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앞길을 비추어 주고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들을 필요로 합니다.
좋은 어른들이 그러한 선의의 의무를 다할 수 있으려면 역시나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되바라진 아이들이 많이 탄생하는 잘못된 사회적 환경, 부모들의 이기심 등이 선생님들의 동기를 짓밟아버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또한,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교대에 가서 선생님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우리의 미래는 그렇게 밝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가정교육부터 올바르게 시작을 하기 위해 정말 '전국민 계몽운동'이라고 시작해야 할 판입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어른들부터 잡아다가 가르치고 싶은 심정이네요. 아무데서나 담배 피우고 침 뱉고 질서를 지키지 않는 어른들을 우리 아이들이 자주 보는 일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의 동기가 좀 더 고귀하고 순수해 질 수 있도록 동기와 보상을 강화하고 아이들을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지금과는 다른 기준과 방식으로 가르치고 이끌지 않으면 점점 이 사회에는 바르고 공정하며 배려하는 사람들이 적어질 것 같네요.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성'을 다듬는 시기라고 하는데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이 좀 더 힘내시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본인들이 이 사회에 얼마나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소명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쓰다 보니 너무 거창한 얘기로 흘러가버려 두서가 없어져버렸네요.
교육 공학자도 아닌데.... 그저 한 아이 아빠로서 너무 생각이 많습니다. 교육부 장관이라도 출마하고 싶네요 ㅎㅎㅎㅎ
열심히 최선을 다하시는 많은 선생님 분들께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아주 소수라도 소위 '나쁜' 선생님은 없었으면 하네요.